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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주는 것들

[아르바이트 후기] 파리바게트 오전 아르바이트 누가 쉽다고 했는가?

공부 할 때엔 공부만 하고 돈 벌 때엔 돈만 벌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금수저 아닌 이상 공부할 때 돈 벌고 돈 벌 때엔 공부하면서 다음 스텝을 계속해서 준비 해야 한다. 

오후 시간에는 공부하겠다며 오전에 하는 파트 근무를 구했다. 

동네 파리바게트에 오전 근무를 하게 되었다. 

출근 시간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6시 ~7시였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을 때 세수만 대충 하고 빵집에 뛰어가보면 제빵사 아저씨께서 벌써 일을 시작하고 계셨다. 

업무는 이러하다. 새벽에 배송이 와 쌓여있는 빵 박스를 차례로 내리고 주문서와 하나하나 갯수를 맞춰 주문한대로 물건이 들어왔는지 확인을 한다. 

파리바게트에 가보면 봉지로 쌓여 있지 않은 빵들의 경우 매장에서 굽고 그 외 식빵을 포함한 포장에 담긴 빵들은 모두 본사에서 만들어져 오는 것들이다. 

케이크 또한 과일이 올려져 있는 생크림 케이크 외에는 본사에서 오는 케이크다. 

생크림 케이크는 2~3일 안에 먹어야 하지만 그외 케이크는 유통기한을 사실 모르겠다. 

왜냐하면 케이크가 가장 잘 팔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발렌타인 기타 등등의 기념일에 들어오는 본사 빵들은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창고 한켠에 높이 쌓아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배달을 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온보관이 며칠씩 가능하도록 방부제를 많이 넣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일인데도 일을 하는 내내 졸렸던 것 같다. 

남들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했을 때 오는 괜한 뿌듯함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새벽부터 시작하는 업무인지라 정말 피곤했다. 

차례대로 구워져 나온 빵들이 다 식으면 봉투에 넣어 포장을 하고 그외 빵들은 진열한다. 

틈틈히 청소를 하고 중간에 손님이 오면 계산을 한다.

 

익숙해지면 제일 쉬운게 포스업무라고 하는데 난 마지막까지 포스업무가 어려웠다. 

적립이나 할인 가능한 카드 있으신가요? 물어보고 통신사 할인을 해주고 포인트 적립을 해주고 계산을 하고 빵을 분류해서 작은 봉지에 담고 큰봉지에 담고 큰봉투에 담으면 되는 업무이다. 

말로 하면 쉬운데 문제는 손님들이 몰려 온다는 것이다. 

바게트와 같은 빵을 잘라달라고 부탁하는 손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빵을 자르다보면 줄을 길게 서게 되고 "계산 빨리 안돼요?" 라며 채근하는 손님들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러다보면 소위 멘붕이 오고 울고 싶은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손님이 한가한 시간에는 재고들을 확인한다. 빵 포장봉투들이 충분히 있는지, 빵묶는 금철사, 포크, 초, 기타 등등 갯수들을 확인해서 주문해야 하는 것들을 기록한다. 일하는 6~7시간 동안 한번도 앉을 수가 없다. 

다음 타자 알바생이 오기 직전 포스에 기록된 내역과 잔고가 맞는지 맞춰본다. 

아주 희안하게도 늘 조금씩 차이가 난다. 환장할 노릇이다. 100원 정도 차이가 나면 그냥 내 돈으로 잔금을 맞췄다. 

 

파리바게트에는 마트 내 빵집과는 또다른 진상손님들이 존재한다. 

1. 서비스를 요구하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은 맘모스빵을 주로 구매하신다. 가장 크기 때문이다. 빵을 사시곤 계산대에 진열되어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서비스로 요구하신다. 드리는 순간 그날 매상이 펑크가 나는 것이다. 그 돈은 누가 채울 것인가?

드릴 수 없다고 몇번 말씀드려도 늘 오는 손님들이 늘 서비스를 요구하고 늘 거절하고 늘 욕을 한다.

 

2. 케이크나 빵을 손가락을 찌르는 아이들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들어오는 순간 긴장해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 파는 사이에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크림을 찍어먹거나 뽀로로 케이크에 올라가있는 장난감을 건드리는 순간 그 케이크와 그 빵은 못팔게 된다. 

이미 망가진 케이크를 보고도 도망가는 엄마들도 많다. 

 

3. 계산대에 돈이나 카드를 던지는 사람

나도 거스름돈을 던지고 싶다. 가게를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산해서 나가는 순간까지 무표정으로 한마디도 안하고 고개만 까딱까딱 거리며 빵을 사서 나간다. 

무시하면 될 일이지만 매번 당하면 사람 취급을 못받는 기분이 들면서 분노가 올라온다. 

 

4. 빵 도둑

사람 많을 때 와서 맨날 하나씩 집어서 도망가는 사람이 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동네 슈퍼에서 소주를 사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_-;; 

 

5. 빵을 망가트리는 사람

집게로 빵을 꽉 집거나 대충 아무렇게나 집어서 쟁반에 가져왔는데 계산할 때엔 망가진 빵을 안사는 사람들이 있다. 

빵이 멀쩡하다면 다시 진열해서 팔면 된다지만 찢어진 고로케를 다시 팔 수는 없는 일이다. 

 

6. 진상 손님은 아니지만 꼰대짓하는 알바생들

기존에 있던 알바생들끼리 돈독한 관계가 맺어져 있는 경우 새로 온 알바생에게 꼰대짓할 때가 있다. 

잘 모르는 부분을 물어봤을 때 모르는 척 하거나 사장과 자신의 친분을 자랑하는 부류이다. 

기가 차다. 

 

 

 

 

이러한 진상들, 혹 깐깐한 사장을 만나면 피로도가 높아진다. 일하는 내내 서 있는 것도 쉽지 않다. 

배운점이라면 그냥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경험한 것이겠다. 

파리바게트는 청결도는 칭찬할 만한 것 같다. 

본사에서 검사를 불시에 하기 때문에 청소가 늘 깨끗이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정확한 날짜는 몰라도 언제쯤이라는 것은 알기에 사장은 그 기간에 늘 긴장하고 있었다. 

세균측정 기계로 진열되어 있는 빵의 세균도도 다 측정해 간다. 

 

아, 몰랐던 것도 알게 되었는데 파리바게트 지점마다 빵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빵크기와 모양도 다르다. 주고객 층에 따라 가격과 크기를 사장들이 고려하는 것 같았다.

이를 테면 크로아상을 본사에서 내려온 지시보다 더 크게 굽는 것이다. 

빵크기가 작아지면 어르신들이 불평하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곳은 직영점이다. 

서울역에 있는 파리바게트에 갔을 때 일하던 매장에 빵들보다 모든 것이 다 비쌌던 것을 보고 신기했었다. 

 

여하튼 오전파트 근무를 하고 오후에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었던 내 바램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벽부터 점심지나서까지 서서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나면 쓰나미같은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오전파트근무와 오후 공부는 결코 병행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