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학교 부담임 아르바이트를 했다. 놀이학교는 일반 유치원이 아니라 학원에 소속되는 곳이다.
지금은 허가가 어떻게 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때 당시는 공립, 사립도 아닌 그냥 학원이었다.
원장은 유아교육 전공자가 아니라 그냥 돈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학위가 없는 것이 컴플렉스라는 이야기를 주워 들었었다.
부담임 아르바이트는 한달에 80만원이었는데 일 자체는 정식 직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정교사들보다 많았다.
담임들은 펄쩍 뛸 이야기겠지만 내가 보기엔 적어도 그러했다.
놀이학교의 일은 이러하다. 아침 일찍 지정된 곳으로 출근해서 노란차에 탑승하고 아이들 집을 돌며 아이들을 태운다.
내려서 엄마에게 인사하고 아이를 인계받고 차에 태우고 안전밸트를 매주고 놀이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 짐정리를 도와준다.
담임은 조회시간에 출석을 확인하고 열을 재고 먹어야 할 약들을 확인 후 각자 수업 시간표 대로 수업을 하러간다.
중,고등학교처럼 교사들이 한두과목씩 맡아 각반을 돌며 수업하는 식이다.
부담임은 교실에 남아 아이들을 돌본다.
5세반이었는데 화장실에 가서 일보는 것이 아직 미흡한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화장실에 데려가서 옷입고, 벗고, 닦아주고를 도와줘야 한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 심지어 중요한 곳을 잡아줘야 할 때도 있다.
안그러면 바지에 질질 흘리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계속 잘 살펴야 하고 혼자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책을 읽어주거나 놀아줘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조용히 식사할 수 있도록 식사 예절을 가르쳐 주고 먹기 싫은 음식을 바닥에 버리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교사는 밥을 먹는 건지 마시는 건지 모르게 후루룩 먹고 아이들 잔반을 치워줘야 한다.
다 먹은 아이들은 양치컵을 가지고 화장실로 데려가서 양치를 시켜주고 땀을 많이 흘린 아이들은 세수를 시켜서 로션을 발라준다.
하루가 일과가 끝나면 머리를 묶어주고 짐을 정리해서 가방에 넣어주고 하원 준비를 한다.
하원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태우고 한명씩 안아서 내려주고 가족에게 인계하고 인사하고 집으로 간다.
말로 쓰고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생각할 것 같다.
하루 종일 6~7명의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죽노동이다.
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무엇보다 짜증났던 것은 원에 있는 정교사, 담임과의 관계였다.
그 담임은 이상한 성격으로 인해 다른 교사들과도 사이가 안좋은 상태였는데 나 또한 그 담임과의 관계 때문에 일을 그만 두게 되었었다. (히스테리적인 부분들이 많았는데 내가 묶어준 아이들의 머리를 다 풀고 본인이 다시 다 묶어주고 내가 개놓은 옷들을 다 다시 해체해서 본인이 개고, 엉망친창으로 내가 해놓았다면 모르겠는데 모든 것이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이것, 저것 해놓으라고 시켰었다. 아이들 가방에 옷을 그동안 가로로 넣었다면 계속 가로로 넣어야지, 세로로 넣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세로로 넣는다고 어떤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
그 담임이 맡았던 아이들은 기본적인 규칙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다음 해에 다른 반에 배정되게 되면 다른 선생님들이 곤욕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 담임은 엄마들과의 관계를 소름돋게 잘 형성해서 부모들에게는 신임받고 있었다.
일은 내가 다하고 기록도 내가 다했는데 담임은 그 내용으로 엄마들과 통화 하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아이들을 자신이 돌보고 있는 것처럼 엄마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놀이학교의 아이들은 보통 부유한 집 아이들이 많았다.
부모도 변호사, 교수, 승무원, 세무사 기타 등등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수영장이 있는 집에 사는 아이들도 꽤 됐었다. 옷도 다 명품이었다. 버버리는 기본이고 겨울 잠바는 몽클레어, 신발은 구찌... 뭐 이런 식이었다.
그에 맞게 학원비도 굉장히 비쌌는데 나는 그 비싼 돈을 내고 왜 여길 보내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말이야 과목마다 교사가 따로 있고 부담임이 소수의 아이들을 케어하니깐 대단히 좋은 어린이집? 느낌이지만 실상은 절대 네버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에 넌덜머리가 난 교사들이 대부분이었고 말투도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들한테 말하듯이 반말로 아주 차가운 투로 대했었다. (그만해라~어? 똑바로좀 앉으라고오~!)
수업이란 것도 대단한 거도 없었다. 음악시간에는 노래부르고 과학시간에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실험을 했었다. 물에 우유 떨어뜨리기와 같은 수준이었고, 그 외 나머지도 그냥 그랬다.
쥐꼬리 월급과 이상한 담임교사로 인한 어려움.
아이들은 예뻤지만 나는 교사인지, 알바생인지 모르겠는 그 중간에서 지지 않아도 될 책임을 져야 하는 이 상황이 힘들었다. 담임은 조회, 종례 때만 들어오고 나는 하루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데 월급은 80만원인 이 말도 안되는 상황...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반에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집에가서 선생님이 자신의 의자를 발로 찼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 아이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질문해도 대답하지 않았으며 좋은지 싫은지 의사표현을 전혀 하지 않아 정말 힘든 아이었는데 집에 가서는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 엄마는 화가나 담임에게 전화를 했고 담임은 뭐라 뭐라 통화하며 엄마를 진정시켰다.
애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못해먹겠단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스승의 날이 되니 엄마들끼리 선생님 선물을 챙기느라 경쟁인 것 같았다.
체면 구기지 않는 선에서 그렇다고 너무 비싼 건 부담되니 그 어느 중간을 찾아 선물하느라들 바쁜 모양이었다.
난 바란 적도 없는데 고맙게도 선물들을 보내주셨다.
그런데 그 중 한 엄마, 하원 시에 인사를 해도 한번도 인사를 받지 않고 아이만 데리고 휙 가버린던 그 엄마는 선물을 하지 않았었다.
나는 일개 알바생이란 생각에 모든 엄마들에게 바라지도 않았었다.
스승의 날이 한 참 지난 어느 날 아이를 통해서 선물이 들어왔다.
알아보니 다른 집 엄마들이 모두 선물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에 부끄러웠는지, 아니면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였는지 선물을 보내온 것이었다.
하. 지겹다 지겨워. 인사도 한번 안받으면서 뒤늦게 체면치레란...
담임과 트러블이 나기 전 나는 그만두기로 했고 그 이후 새로운 부담임이 왔다.
그 분은 온지 한달만에 복도에서 울며 불며 담임과 싸웠고 그 곳을 나오게 됐다.
엄마들 등살과 이상한 교사들로 가득 차있던 곳 ... 놀이학교
그 이후부터는 비싼 어린이집을 보내야하나 마나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가감없이 말해준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거 아니니깐 보통 수준쯤 되면 보내고 집에서나 잘 놀아주세요~
'일상이 주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르바이트 후기] 키즈카페인가 맘스 주점인가? (0) | 2019.09.26 |
---|---|
[아르바이트 후기] 돈으로 키우는 아이 (0) | 2019.09.26 |
[아르바이트 후기] 와플가게에서 만난 최악의 사장님 (0) | 2019.09.25 |
[아르바이트 후기] 파리바게트 오전 아르바이트 누가 쉽다고 했는가? (0) | 2019.09.24 |
[아르바이트 후기] 마트 내 빵집 아르바이트 후기 (0) | 2019.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