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 주는 것들

[아르바이트 후기] 돈도 안되고 배울 것도 없는 전단지 알바

아르바이트 후기

1. 첫번째 전단지 아르바이트
나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 

첫번째 아르바이트는 치킨집 전단지를 뿌리는 것이었다. 

같은 반 친구와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교 근처 치킨집에 가서 전단지를 받아 이집 저집에 붙이고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줬었다. "버렸다가 걸리면 한 푼도 없다."라는 경고에도 내 친구는 멀리 걸어가서 버리자며 꾀를 부리고 싶어했다. 

반면 나는 겁도 많고 원래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기특한 학생이었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전단지를 배포했다. 

몇 장을 뿌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받은 돈이 한 묶음에 5천원이었다는 것 밖에는...

만 오천원 정도를 겨우 벌어서 뭐에다가 썼을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덥고 힘들어 근처 은행 소파에 널부러져 쉬었던 기억밖에는 ...
우리집은 왜 나에게 만 오천원도 줄 수 없었던 것일까? 

고등학교 방학 때도 부모님은 아르바이트를 왜 안하냐고 닥달했었다. 

구청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로 누구네 집은 얼마를 벌었다더라며 방학 내내 채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그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 한달 동안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버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 부모는 고등학생인 자녀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 

 

2. 두번째 전단지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되었다.

동네 친구와 방학 때 출근 하는 사람들에게 전단명함을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여의도 전철역으로 출근을 했다. 전철역 출입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네는 아르바이트였는데 다들 귀찮았을텐데 잘 받아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무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시간 반쯤 돌리고 나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거의 잦아들게 된다. 

그러면 그 때 슈퍼에서 우리의 아르바이트를 감시하느라 나와있던 본사 직원이 빵과 우유 기타 등등 간식을 건낸다. 

그 때 스무살 우리 기준에는 간식비 5천원도 큰 돈이었는데 거의 그정도의 간식을 사줬던 것 같다. 

감사하게 받아들고 집에 오면서 친구와 늘 이야기 했다. 

"돈으로 주지", "근데 그냥 저 아저씨가 하면 안되냐? 뭐하러 우리 시키고 간식 사주고 저러지?" 

 

지금은 친구와의 추억으로 남았지만 사실 전단지 아르바이트는 남겨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뭐 다른 아르바이트도 남는 건 없지만, 전단지를 내밀었을 때 받는 거절의 씁쓸함과 쥐꼬리만한 시급? 정도가 다인 아르바이트였다. 

 

 이제는 전단지로 홍보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번화가는 여전히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보이는 것 같다.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로는 괜찮은 것 같지만 젊은이들은 비추천이다. 

부모님이 용돈 주신다면 그냥 그 안에서 잘 아껴 쓰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