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에 엄격한 엄마 아래에서 자랐기에 인스턴트 식품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게 접했습니다.
소시지, 햄, 라면, 피자, 치킨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거의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가끔 놀러갔던 친구네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셨을 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엄마는 왜 주지 않는가!
"엄마~라면 먹고 싶어."
"몸에 안 좋은 걸 왜 먹으려고 하니 안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몸에 안좋다니! 믿을 수가 없다.
청소년이 되고 라면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에 새로 나온 신제품들은 모조리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라면을 밥먹듯이 먹으며 자랐습니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대단한 발명품은 없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지요.
어른이 되고 좋은 거 많이 먹고 다녀서 그런가 어느 날 부터 라면에 손이 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이었는데 사다 놓은 라면이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아주 가끔 라면 생각이 날 때에도 '몸에 안좋은 음식' 이라는 엄마의 말이 어느 날 부터인가 생각나면서 자연스레 끊게 되었습니다.
라면만 안먹었는데 건강해진 느낌은 무엇일까요?
그러던 어느 날 태풍 미탁의 소식으로 우중충한 날씨의 오늘, 비가 추적추적 오고 보일러도 고장나서 쌀쌀한 방에 앉아 있으려니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라면의 그 맛, 짭짤한 그 맛, 뜨끈한 그 맛.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레시피대로 그대로 끓인다.
550ml 로 물양을 재서 넣고 끓이고 4분에 알람을 맞춰서 끓입니다.
끓인 후 냄비 채로 먹지 말고 꼭! 그릇에 넣어서 먹습니다.
(그래야 누가 끓여준 느낌이랄까? )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엄마보고 끓여달라고 한다.
냉동실에 만두 몇개 넣어서 끓여 먹었습니다.
최고네요.
사진은 별로지만 ...
질려서 헤어져 버렸던 연인을 몇년 만에 다시 만난 느낌이 이런 건가요?
아는 맛인데도 설레이는 이 맛!
역시나 맛있었습니다.
김치통 거꾸로 뒤집어서 밥상 삼아 먹었습니다.
왠지 라면은 구질구질하게 먹어야 더 맛있는 느낌이 납니다.
맛있게 먹고 나서 드는 생각은 진짜 이게 몸에 안좋은 걸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진라면 순한 맛의 성분표를 들여다 보았습니다.
'소맥분, 변성전분, 팜유, 감자전분, 글루텐, 정제소금, 유화유지, 난각분말, 육수추출농축액, 마늘시즈닝, 산도조절제, 구아검, 비타민B2, 녹차풍미유' 가 들어있습니다.
놀랍게도 비타민 B2가 들어 있군요.
괜히 의심스러운 이름들이 보입니다.
무엇인지 찾아보았습니다.
' 변성전분 '은 말그대로 전분에 변성을 일으킨 것입니다. 평가는 갈립니다. 화학적인 힘을 가했으므로 변성되었고 천연이 아니므로 몸에 안좋다라는 분들도 계십니다. 상관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사실 '천연'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속고 있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지요.
천연은 몸에 다 좋다? 는 건 말도 안됩니다. 천연인 것들도 누군가에게는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 난각분말 ' 은 달걀껍질을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칼슘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비타민 B2에 이어 칼슘이 들어있습니다!
' 산도조절제 '는 미생물 번식을 방지하기 위해 넣는 것이라고 하네요.
대부분의 가공식품에는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스프에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일단 제일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 정제소금이고 그 뒤로 백설탕, 참맛사골양념분말, 참맛양지분말, 조미육수분말, 비프베이스 분말 등이 이어집니다. 엄청난 양의 분말들 뒤로 쇠고기맛 후레이크, 건파, 건당근, 건표고버섯, 건청경채, 건미역 등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라면스프가 마법의 가루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집에서 라면 국물과 같은 맛을 내려면 수십개의 재료가 필요하겠군요.
성분들을 주욱 봤을 때에 라면이 보약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먹으면 몸이 나빠지는 음식이라고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몸에 좋으라고 만든 음식도 아니니 대단한 영양성분도 기대해서는 안되겠지요.
유기농 채소에 방목해서 키운 고기와 같은 류만 먹는 분들께는 안좋은 식품이겠지만 평범하게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께는 간편한 조리식품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비오는 날에 라면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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